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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의 올림픽 조기 퇴장은 성급한 결정이다

오른쪽 2026. 9. 17. 14:08

2024년 파리, 브레이킹이 올림픽 무대에 처음 오른 순간

브레이킹의 올림픽 조기 퇴장은 성급한 결정이다. 2024년 8월 파리, 라 콩코르드 광장의 조명이 켜지자 관중석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스핀이 돌 때마다 함성이 터졌고, 프리즈 한 번에 카메라가 통째로 흔들렸다. 헤드셋 너머로 중계석까지 그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브레이킹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무대에 오른 순간은 그렇게 강렬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 명단에서 브레이킹의 이름은 빠졌다. 데뷔와 동시에 퇴장, 이 흐름을 지금 다시 짚어볼 이유가 있다.

 

1. 스케이트보딩과 서핑은 남았는데

2020년 도쿄에서 함께 새로 들어온 종목들을 떠올려보자. 스케이트보딩과 스포츠클라이밍, 서핑은 도쿄 대회에서 나란히 데뷔했다. 세 종목 모두 파리 대회를 거쳐 2028년 로스앤젤레스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데뷔 성적이 완벽했던 건 아니다. 스케이트보딩도 초반엔 판정 기준을 두고 뒷말이 많았고, 서핑은 파도 조건 때문에 경기 일정이 통째로 뒤집힌 적도 있다. 그런데도 세 종목은 다음 대회, 그다음 대회까지 살아남았다. 브레이킹만 유독 한 대회 만에 짐을 쌌다.

중계를 준비하던 입장에서 보면 이 차이가 유독 눈에 띈다. 새 종목은 원래 첫 대회에서 완벽하기 어렵다. 심사 기준도, 중계 문법도, 관중의 눈높이도 대회를 거듭하며 맞춰지는 게 보통이다. 스케이트보딩이 그랬다. 그런데 브레이킹에게는 그 조정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 번 보여주고 바로 평가가 끝난 셈이다.

 

2. 화제성은 오히려 무기였다

브레이킹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 호주 대표 레이첼 건의 독특한 무대가 전 세계 SNS를 휩쓴 순간이다. 특유의 동작으로 화제가 된 그 무대는 점수판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검색량과 밈 확산에서는 그 대회 최고 기록급이었다. 스포츠 종목 하나가 올림픽 기간 내내 SNS 상위 트렌드에 오르는 일은 흔치 않다.

화제성은 방송사와 스폰서가 가장 갈망하는 자원이다. 젊은 시청층을 끌어오고 싶은 IOC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화제성을 다음 대회로 이어가는 대신, LA28은 그 종목 자체를 명단에서 지웠다. 화제를 만든 종목을 화제가 식기도 전에 내보낸 셈이니, 방송쟁이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다.

 

3. 새로 들어온 다섯 종목의 기준은 '검증된 인기'였다

IOC는 2023년 세션에서 크리켓과 야구·소프트볼 등 다섯 개 종목의 LA28 추가를 공식 승인했다. 크리켓과 야구·소프트볼, 플래그풋볼, 라크로스, 스쿼시다. 다섯 종목 모두 개최지인 미국에서 이미 두꺼운 팬층과 방송 인프라를 갖춘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최국이 자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을 추가로 제안할 수 있는 규정을 그대로 활용한 결과다.

이 기준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흥행과 티켓 판매, 중계권료를 고려해야 하는 올림픽 조직위 입장도 이해는 간다. 다만 '검증된 인기'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이제 막 한 번 무대에 오른 브레이킹이 설 자리는 애초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준이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 브레이킹에게는 그 기준을 채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4. 하지만 판정 논란은 진짜 약점이었다

반론도 정직하게 짚어야 한다. 브레이킹의 채점 방식인 트리비움 시스템은 일반 시청자에게는 낯설었다. 기술·다양성·수행력·예술성 항목을 실시간으로 나눠 채점하는 방식은 체조나 피겨보다도 생소해서, 캐스터인 나조차 생중계 도중 점수 구성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레이첼 건의 무대 이후로는 "이 종목의 채점을 신뢰할 수 있나"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었다.

화제성과 별개로, 이 신뢰 문제는 브레이킹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새 종목이 자리 잡으려면 화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청자가 승부를 납득할 수 있어야 다음 대회에서도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는 IOC의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실제로 중계 중 이런 장면이 있었다. 한 비보이가 에어트랙과 파워무브를 연속으로 성공시켰는데도, 심사위원 다섯 명의 기술 점수가 0.5점 가까이 갈렸다. 스튜디오에서는 왜 점수가 갈렸는지 설명하는 데만 1분 넘게 걸렸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시청자라면 "이게 무슨 기준으로 이기고 지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흔히 하는 오해도 여기서 나온다. 피겨스케이팅처럼 예술성만 보는 줄 알았다가, 기술 난이도 배점이 훨씬 크다는 걸 뒤늦게 알고 놀라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5. 그래도, 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브리즈번 2032 종목 프로그램은 아직 후보 종목 자격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LA28에서 빠졌다고 올림픽 무대에서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종목 개편 소식은 확정 발표가 나기 전까지도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에, 대회 시즌마다 미리 챙겨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스포랭크에서 확인하기 좋은 이유다.

당장 이 글을 읽는 지금도 LA28의 좌석 배치와 종목별 일정은 계속 손질되고 있다. 새로 들어온 다섯 종목의 예선 방식조차 세부안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브레이킹을 둘러싼 논의도 앞으로 몇 차례는 더 바뀔 수 있다. 지금 단정하기보다 다음 발표를 지켜보라고 권하는 이유다.

만약 브리즈번이 이 절차 끝에 브레이킹을 후보 명단에서도 완전히 배제한다면, 그때는 이 글의 주장을 접겠다. 데뷔 한 번으로 기회 자체를 완전히 닫아버렸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하나다. 새 종목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첫 대회가 아니라 두 번째 기회다. 스케이트보딩과 서핑이 받은 그 기회를, 브레이킹은 아직 받지 못했다. 중계석에서 지켜본 그 열기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 퇴장이 너무 일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