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몸집이 확정됐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5년 4월 10일 온라인 집행위원회에서 LA28의 세부종목, 그러니까 실제로 메달이 걸리는 이벤트 수를 351개로 승인했습니다. 2024 파리 대회의 329개보다 22개가 늘었습니다. 여기에 임시 종목으로 야구·소프트볼, 크리켓, 플래그풋볼, 라크로스, 스쿼시 다섯 개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여성 선수가 남성보다 많은, 근대 올림픽 사상 첫 대회가 됩니다.
배경
사실 신호는 파리에서 이미 켜져 있었습니다. 2024 파리 대회는 남녀 선수 정원을 정확히 반반으로 맞춘 첫 올림픽이었습니다. 그 흐름이 LA에서 한 걸음 더 나갔을 뿐입니다. 종목 프로그램이라는 건 대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설계도입니다. 어떤 종목을 넣고 어떤 세부종목을 더하느냐로 그 대회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가 정해집니다.
개최 도시가 종목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 이게 요즘 올림픽의 큰 변화입니다. LA 조직위원회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종목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2020 도쿄 이후 다시 무대로 돌아왔고, 미식축구의 축소판인 플래그풋볼은 처음으로 오륜기 아래 섭니다. 개최지의 색을 프로그램에 입히는 방식, 지금 올림픽이 관중과 젊은 시청층을 붙잡으려는 전략 그대로입니다.
야구만 놓고 봐도 올림픽과의 인연은 롤러코스터였습니다. 1992 바르셀로나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가 2008 베이징을 끝으로 퇴출됐고, 2020 도쿄에서 개최지 제안으로 잠깐 돌아왔다 2024 파리에서 다시 빠졌습니다. LA28은 그 야구가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자리입니다. 종목 하나의 운명이 개최지에 따라 이렇게 출렁인다는 게, 지금 올림픽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연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승인된 세부종목은 총 351개입니다. 남자 165개, 여자 161개, 그리고 남녀가 함께 겨루는 혼성 25개로 짜였습니다. 파리 대비 늘어난 22개 중에는 골프 혼성 단체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육상 4x100m 혼성 계주가 눈에 띕니다. 수영에서는 50m 배영·접영·평영이 남녀 모두 신설돼 단거리 스프린트 종목이 확 두꺼워졌습니다.
임시 종목 다섯 개는 개최지 제안으로 붙은 자리입니다. 야구·소프트볼, 크리켓, 플래그풋볼, 라크로스, 스쿼시. 인도와 남아시아를 겨냥한 크리켓, 북미 원주민의 뿌리를 가진 라크로스까지 지역과 역사를 함께 끌어안은 구성입니다. 종목 구성의 원문은 IOC가 공개한 LA28 세부종목 프로그램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 종목들은 경기 방식부터 콤팩트합니다. 크리켓은 하루 안에 끝나는 T20 방식으로, 남녀 각 6개 팀만 나서는 압축 토너먼트로 치러집니다. 플래그풋볼은 태클 없이 허리에 찬 깃발을 떼는 5인제라 부상 위험이 적고 경기 흐름이 빠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무대를 세울 수 있는 종목을 골랐다는 점에서, LA가 노린 그림이 분명하게 읽힙니다.
선수 정원은 총 11,198명으로 묶였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5,655명, 남성이 5,543명. 비율로는 50.5% 대 49.5%입니다. 1900년 파리에서 여성이 처음 올림픽에 나선 지 120여 년 만에, 여성 선수가 다수가 되는 대회가 마침내 등장하는 겁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한국 팬에게 가장 반가운 건 야구·소프트볼의 복귀입니다. 도쿄에서 한 번 열렸다 파리에서 빠졌던 야구가 홈 어드밴티지가 없는 미국 무대에서 다시 열립니다. 여자 세부종목이 161개까지 늘어난 것도 양궁·배드민턴처럼 한국이 강한 여성 종목의 메달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미리 알아 둘 건 시차입니다. 로스앤젤레스는 한국보다 16시간 느립니다. 현지 저녁 경기는 한국에서 이튿날 낮에 열리는 셈이라, 2020 도쿄나 2022 베이징 때처럼 밤을 새우지 않고도 주요 경기를 챙겨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지 오전 경기는 한국 새벽에 걸립니다. 종목별 결승 시간표가 나오면 어떤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지 미리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볼거리가 늘었습니다. 혼성 종목이 25개로 불어나면서 남녀가 한 팀으로 뛰는 경기가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개막이 가까워지면 팬들은 자연스레 실시간 스포츠중계 좌표를 찾게 될 텐데, 종목이 많아진 만큼 챙겨 볼 경기 목록도 그만큼 길어집니다. 새 종목의 규칙과 경기 방식을 미리 익혀 두면 개막 첫 주부터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임시 종목 다섯 개는 LA28 한정입니다. 2032 브리즈번에서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플래그풋볼이나 크리켓이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드느냐가, 이 종목들의 다음 대회 잔류 여부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됩니다.
핵심 수치 — 세부종목 351개(파리 대비 +22) · 임시 종목 5개(야구·소프트볼, 크리켓, 플래그풋볼, 라크로스, 스쿼시) · 선수 정원 11,198명(여 5,655·남 5,543) · 여성 비율 50.5%
이제 남은 건 종목별 예선 방식과 출전권 배분입니다. LA28 개막은 2028년 7월 14일. 확정된 설계도 위에 어떤 선수들이 채워질지, 지금부터 3년이 진짜 승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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