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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개회식, 러시아 선수단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른쪽 2026. 9. 25. 22:03

AIN 자격 출전 선수 수 — 러시아 13명, 벨라루스 7명 (2026년 1월 IOC 발표 기준)

2월 6일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개회식, 선수단 입장 행렬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자리는 없었다. 국기도 국가도, 팻말을 든 기수도 없었다. 그런데 두 나라 선수 스무 명은 분명 이 대회에 나와 있었다 — 개인중립선수, AIN 자격으로. 그 결정은 개회식보다 두 주 앞선 1월 25일, IOC 집행위원회가 스위스 로잔에서 내린 것이었다. 지금 9월, 대회가 다 끝나고 그 발표를 다시 읽어 보면 이 한 줄이 이후 두 달의 그림을 미리 다 그려 놓았다는 게 보인다.

 

 

배경 — 2년 반째 이어진 제재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OC는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단을 국가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세우지 않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자리 잡은 게 '개인중립선수(AIN, Athletes Individuels Neutres)' 제도다. 국기 대신 무소속 표기, 국가 대신 침묵, 단체전 대신 개인전만 — 이 틀이 그대로 밀라노-코르티나 2026까지 넘어왔다.

IOC는 이번 발표문 제목에 아예 "파리 2024와 같은 조건으로"라는 문구를 못박았다. 새로 만든 규정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틀을 그대로 다시 꺼내 쓴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결정 자체는 놀랍지 않았지만, 개회식 참가 여부라는 한 대목만은 매번 다시 회의 테이블에 오른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일부 국가올림픽위원회와 선수단체는 이번에도 "제재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반발했고, IOC 쪽은 "선수 개인의 출전권과 국가 상징은 별개"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 러시아 선수단이 국기를 못 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도 러시아는 '러시아'가 아니라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 이건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니라 그전에 터진 국가 주도 도핑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엔 그래도 선수단이 따로 국기를 들고 입장했고 단체전에도 나올 수 있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는 '이름만 바꾼' 수준이었고, 지금은 '국가 자체를 지운' 수준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제재가 쌓이면서 지금의 AIN 규정이 만들어진 셈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 1월 25일, 로잔의 결정

1월 25일(한국시각) IOC는 AIN 자격 선수들이 개회식 선수단 퍼레이드에는 참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밀라노와 산악 지역에서 열리는 개회식 행사 자체를 관람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무대에 서지는 못해도 객석에는 앉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입장 행렬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지만, 경기장 어딘가에는 있었던 사람들이다.

허용 종목도 이 발표에서 다시 확인됐다. 피겨스케이팅, 크로스컨트리스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산악스키 — 개인전으로 치러지는 이 다섯 갈래에서만 러시아·벨라루스 선수가 나올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나 컬링, 봅슬레이처럼 팀으로 움직이는 종목은 애초에 문 밖이었다.

사흘 뒤인 1월 28일, 실제 출전 명단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됐다. 러시아 13명, 벨라루스 7명, 합쳐서 스무 명. 개회식 카메라가 훑고 지나간 그 빈자리 뒤에는, 실제로는 스무 명의 선수가 대회장 곳곳에 흩어져 몸을 풀고 있었던 셈이다.

 

 

무엇이 달라지나 — 지금 돌아보면

개회식만 보면 러시아·벨라루스는 이 대회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랐다. 중계 화면 상단, 선수 이름 옆에는 국기 대신 'AIN' 세 글자가 떴고 시상대에서도 애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흘렀다. 결과를 다 아는 지금 시점에서 그 1월의 발표를 다시 읽으면, 이 대회의 '보이지 않는 규칙' 하나가 그날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특정 선수의 국적 표기가 자막에 안 뜨거나 'AIN'으로만 나오는 순간을 밀라노-코르티나 2026 다시보기나 하이라이트에서 마주쳤다면, 그게 바로 이 규정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 결과다. 경기 일정과 중계 채널은 스포랭크 바로가기 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흔히 헷갈리는 부분도 하나 짚어 둘 만하다. 'AIN'이라고 해서 이 선수들이 국적이 없어진 건 아니다. 여권도, 국적도 그대로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무대 위에서만 국가를 대표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그래서 메달 집계 화면에서도 AIN은 보통 국가별 순위표 맨 아래, 별도 줄에 따로 빠져 있다 — 최종 순위를 국가 단위로만 훑어보면 이 스무 명의 메달은 아예 안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회 자체 정보도 정리해 둘 만하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의 세부 일정과 종목별 결과는 올림픽닷컴 공식 페이지에서 계속 갱신됐고, 이번 AIN 결정의 원문은 IOC 공식 발표문에 그대로 남아 있다. 대회 전체 종목·일정 구조는 공식 일정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발표일: 2026년 1월 25일(한국시각) · IOC 집행위원회, 스위스 로잔
  • 실제 출전: 러시아 13명 · 벨라루스 7명 (총 20명, AIN 자격)
  • 허용 종목: 피겨스케이팅 · 크로스컨트리스키 · 쇼트트랙 · 스피드스케이팅 · 산악스키 (개인전만)
  • 불허: 개회식 선수단 퍼레이드, 국기·국가·단체전

 

다음 겨울,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틀이 그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질문은 이제 다음 IOC 집행위원회로 넘어갔다.